미칠 듯 가려운 양진, 결절성양진의 치료와 관리법
양진, 결절성양진이 장기화되고 환부가 넓어진다면 치료 방법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양진(痒疹)은 한자로 가려울 양(痒), 홍역 진(疹)입니다. 피부가 가렵게 솟아오르는 피부 질환을 의미합니다. 좁쌀처럼 오돌토돌하게 이곳저곳 볼록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혹은 딱딱한 결절, 콩알처럼 동그랗고 단단한 융기가 피부에 생기기도 하는데, 몹시 가렵죠.
오늘은 미칠 듯한 가려운 피부 질환,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질환인 양진, 그리고 결절성양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토피 피부염과 구별되는 양진, 결절성양진
우선 양진의 증상의 양상과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좁쌀 같은 오돌토돌한 구진이 온몸 이곳저곳에 생기는 양진입니다.
피부 가려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아토피 피부염이 있죠. 아토피 피부염은 목 주변, 오금, 접히는 부위, 얼굴 등에 주로 나타납니다. 반면 양진은 보통 온몸 이곳저곳에 동시다발로 생깁니다. 체간(몸통), 팔다리를 가리지 않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대칭적으로 생깁니다. 예를 들어 왼쪽 오금에 생기면 오른쪽 오금에도 생기는 식이죠.
반면에 양진은 산발적입니다. 이곳저곳에 좁쌀처럼 툭툭 불거지는, 부풀어 오르는 구진이 산발적으로 생깁니다. 수포처럼 진물이 날 수도 있고요. 몸통(체간), 팔다리 이곳저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면서 몹시 가려운 질환이 양진입니다.
두 번째 형태는 결절성양진이라고 표현합니다. 결절성양진은 콩처럼 단단한 융기가 생기는 상태입니다. 사마귀처럼, 콩처럼 딱딱한 각질이 있는 태선화된 결절이 나타나는데, 배, 등과 같은 체간(몸통), 엉덩이, 팔다리 어디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결절성양진 환자들은 환부가 너무 가려우니까 많이 긁죠. 그러다보니 피부 표면에 상처가 생긴다거나, 딱지가 앉는다거나 각질이 덮여 있게 됩니다.
명확한 원인이 없는 양진, 결절성양진
그렇다면 미칠 듯한 가려움, 양진은 왜 생길까요?
만성적인 피부질환의 원인, 예상되지 않으시나요? 맞습니다. 정답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입니다. 단, 양진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대두됩니다.
첫 번째 원인은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입니다. 실제 양진 환자분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려움이 극대화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근데 스트레스가 원인인지 이미 발현된 증상이 스트레스 때문에 심해지는지는 선후 관계가 애매하긴 하죠.
두 번째 결절성양진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의견은 아토피 피부염, 만성 습진, 두드러기,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양진을 종종 앓는다는 것입니다. 여느 피부질환처럼 피부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서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원인일 수 있겠다고 보는 거죠.
세 번째 원인입니다. 양진 부위의 피부를 조직검사해보니 피부 주변의 신경이 더 두꺼워져 있다고 합니다. 두꺼워진 신경이 뇌에 가렵다는 신호를 더 강하게 줍니다. 그러다 보니 환부가 더 가렵게 느껴져서 긁게 되고, 긁으면 피부가 더 두꺼워져서 결절이 생깁니다. 또 신경은 더 두꺼워지겠죠? 이처럼 악순환을 합니다.
이 또한 처음에 양진이 왜 생기는지, 그 주변 신경에 문제가 있는지가 아닌 양진이 발생하고 악화되는 현상을 설명한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양진, 결절성양진의 명확한 원인은 없습니다. 피부 면역체계가 고장 나서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결절성양진은 스트레스로 심해질 수 있고, 긁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고 정리하겠습니다.
양진, 결절성양진의 서양의학적 치료
양진, 결절성양진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대표적인 서양의학적인 치료법은 예상하셨을 것 같은데, 바로 스테로이드입니다. 스테로이드 연고, 로션을 사용하는데, 양진은 보통 환부가 산발적이고 넓어서 로션과 연고를 동시에 처방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가려움 완화를 위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죠. 그리고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잘 안 되면 사이폴N,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억제제를 처방하여 복용하기도 합니다. 자외선요법도 있습니다.
환부에 직접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기도 하는데, 결론적으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거나 잘 안 낫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양진, 결절성양진 환자분들이 더 힘들어하는 질환입니다.
양진, 결절성양진의 생활관리 tip
양진, 결절성양진. 미칠 듯이 가려운데,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까요?
우선 가려움 방지를 위한 생활습관 팁부터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첫째, “속옷을 꼭 입어라!”입니다.
표면이 매끈매끈 보드라운 땀 흡수가 잘되는 속옷이 있습니다. 그런 속옷을 꼭 입어서 땀이 피부에 고이지 않게, 또 겉옷이나 자극에 스치지 않게 꼭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양진 환자들에게 피부 특정 부위는 살짝 스치기만 해도 가려움이 발작적으로 유도되는 trigger zone이 있습니다. 이런 자극을 받아 가려움증이 발동 걸리지 않게 피부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두 번째, “쉽지는 않겠지만 긁지 마라!”입니다.
긁으면 가려움이 호전될 것 같으신가요? 절대 아닙니다. 환부를 긁으면 긁을수록 가려움은 극대화됩니다. 피부가 반응적으로 부풀어 오르고, 구진도 번지고, 딱딱한 결정성양진 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렵더라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긁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가려움이 심해서 밤에 자다가 긁을 것 같다면 신경안정제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으셔서 아주 심할 때만 드시는 것도 괜찮겠다고 권해드립니다.
세 번째, “환부를 보호해라!”입니다.
결절 부위는 보통 긁어서 생긴 상처, 두꺼워진 각질층으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하이드로콜로이드 밴드라고 하죠. 우리가 점 뺀 후 붙이는 패치 아시죠? 그걸 아주 작게 환부만 덮을 수 있도록 붙여줍니다. 그래서 손이 덜 가도록 하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넓게 붙이면 환부 주변에서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딱 그 부위만 작게 잘라 붙여야 합니다.
네 번째, “목욕할 때는 자극을 주의하라!”입니다.
비누는 너무 자주 쓰지 마시고, 타월 대신 손으로 비누 거품을 내서 사용해야 합니다. 비누 타월의 거친 면이 자극이 되어서 샤워 후 가려움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 번째, “2차 감염을 조심하라!”입니다.
구진 양상의 양진 부위를 긁고 진물이 나고 환부가 합쳐지면서 화폐상 습진처럼 넓어질 수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고 스쳐서 진물이 난다면 2차 감염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는 항생제 연고, 무피로신 계통의 연고를 사서 바르시고, 거즈로 살짝 덮어 통기해주면 되겠습니다.
양진 환자를 위한 생활 관리 마지막 여섯 번째는 “외용제를 처방받으셨다면 잘 사용하라!”입니다. 가장 중요한 팁입니다.
양진은 보통 환부가 넓고 산발적이기 때문에 토피솔, 데스오웬 같은 로션 제제와 높은 등급의 연고 제제를 동시에 처방 받으시는데요. 스테로이드 로션을 온몸에 바디로션처럼 펴 바르고 그 위에 연고를 또 도포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안 됩니다! 스테로이드를 잘못 사용하시면 정상 피부까지 환부가 확산됩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하루 2번 이하로 바르셔야 합니다. 연고 타입이든 로션 타입이든 면봉이나 손끝으로 환부에만 톡톡 바르셔야 합니다. 양진 초반에는 스테로이드 외용제가 가려움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몇 주 지나면 더 이상 연고로 스테로이드로 가려움이 완화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스테로이드 사용을 최소화하시고 보습제를 충분히 사용하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양진, 결절성양진의 한의학적인 치료
양진 환자분들의 패턴을 보면 초기에 부적절한 관리, 외용제의 오남용으로 악화를 반복하다가 만성화됩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2주 이내로 항히스타민제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잘 호전된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만약 양진이 장기화되고 환부가 넓어진다면 치료 방법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존에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사용하셨다면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적절하게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근본적으로 가려움이 안 생겨야 하겠죠.
필요하다면 한의학적인 치료로 가려움과 염증 반복 해결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장기간 가려움이 한순간에 없어질 수는 없습니다. 양진, 결절성양진은 환자분들의 인내심, 끈기, 그리고 적절한 가이드를 따르는 것이 중요한 질환입니다.
미칠 듯한 가려움 양진, 결절성양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 영상이 가려움으로 고생하는 양진 환자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